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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소청과 전문병원이 본 소아진료 대책은?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국내 유일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으로 구로, 성북 2개 지점을 구축한 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10년째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이다. 전국적으로 소아진료를 유지하는 소청과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아이들병원은 소아심장, 소아신경, 소아 내분비, 소아호흡기알레르기, 소아 영상의학과, 소아 정신과, 소아신장, 신생아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등 소청과 전문의 49명이 그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또한 탈소청과 분위기 속에서도 전년대비 의료질평가 점수를 10점이상 높였는가 하면 까다로운 전문병원 지정기준을 맞춰가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소청과 전문병원이 생각하는 소청과 지원대책 등을 제시했다. 정성관 이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내 어린이병원을 살리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소청과 병·의원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꼽았다.전국 지역별로 일정 규모를 갖춘 어린이병원을 구축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소아응급실을 활성화한다면 일반 응급실 기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3차병원의 진료 로딩을 줄여줄 수 있는 2차병원에 지원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소아환자의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없이려면 재원을 동일하게 투입할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예를 들어 달빛어린이병원을 볼 때 의원급은 엑스레이, 피검사, 수액처치 등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병원급과 동일한 재원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어차피 환자 1명을 진료하려면 의사, 간호조무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수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일정 규모를 갖춘 병원에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우리아이들병원의 야간진료 건수는 일 평균 70~100명, 휴일진료는 일 평균 400~500명 중 X-레이 150~180건, 수액 및 채혈 등 처치 60~100건을 처리하는 등 인근 3차병원의 소아 응급실 로딩을 확실하게 줄이는 역할을하고 있다.지역 네트워크 협력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방에서 인근에 소청과 의원 3곳이 붙어있다고 해도 야간, 휴일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원급 참여를 이끌고자 최소 당직의사 기준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4명으로는 원내 상주하는 당직의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일정 규모이상의 병원은 빠른 검사와 치료가 가능하므로 해당 병원에 지원책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이날 간담회에선 10여년 전, 일본의 의료상황을 그린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작품 속 일본의 소청과 의사는 "일본의 소청과 전문의는 인구 10만명 당 112명으로 의료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소청과를 한 병원으로 모아놓으면 야간진료를 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난다"고 했다.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닌 병원 수에 있다는 것이다.결국 문제가 되는 야간, 휴일 시간대 소아진료가 가능한 병원의 수를 갖추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실제로 우리아이들병원은 소아진료 분야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근 대학병원과 진료협력 관계를 맺고 의료진들과 핫라인을 통해 환자를 의뢰-회송하고 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성북지점의 경우 3차병원 전원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즉각 고대안암병원 의료진과 소통해 7분만에 병동 가능여부를 확인해 전원을 확정했다.인근 개원가와도 경쟁관계에 있기보다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세기관지염 등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전원 보내면 빠르게 치료하고 다시 해당 개원가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회송하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의 회송율을 100%를 유지하고 있다.또한 정 이사장은 소청과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부 지원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소청과 전문병원 지원방안은 크게 2가지, 의료질평가지원금, 전문병원관리료다. 외래관리료, 입원관리료 또한 현재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그는 "이외 무형적인 부분은 전문병원 홍보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병원은 의료질, 환자만족도 등 측면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3-11-21 05:30:00병·의원

가슴에 묻은 아이들

메디칼타임즈=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 '작은 심장아,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뛰어라. 얇은 관을 통해 들어가는 산소가 제발 이 아이의 몸 곳곳에 전달되길, 혹시라도 눈을 떴을 때 손상된 부위가 최소화되도록. 제발, 제발…'마음 속으로 제발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아직 생사에 기로에 있는 것이라면 제발 이 아이의 숨결을 조금만 더 붙잡을 수 있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아이의 심장 리듬은 플랫, 일자선으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이가 그토록 사랑했을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아이의 병원 도착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을 팽개치고 달려온 아빠한테 어떤 단어로 이 비극을 전해주어야 할까. 가족이 아님에도 마음이 미어져서 눈물이 나는데,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매일 보던 부모는 어떨지 상상 조차 할 수 없다.아이를 사랑한 가족들의 마음은 슬픈소식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릴 텐데 어떡하면 좋을까… 그래도 꾹 이를 물고 아이가 사망했음을 선고하고, 보호자에게 사실을 전달한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중심이었던 가족들의 세계를 부숴버리는 단어와 문장들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해서 말한다.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응급실은 죽음과 가까운 곳이다. 어디서 사망했던지 의사가 사망했음을 확인해야 사망절차로 넘어가기 때문에 수련을 받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생과 사의 가운데 있는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죽음이 가깝다. 위급한 환자들을 치료하며 삶의 문턱으로 끌어와 삶을 연장 시켜주는 경우도 있지만, 끝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다양한 진단과 사인으로 사망한다. 그 중에서는 고령의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도, 젊은 환자의 자의적인 죽음, 그리고 질환의 말기로 들어서 더 이상의 소생술이 의미가 없어 끝의 길로 들어서는 일도 있다. 그 환자의 '끝'을 지켜주는 것도 의사의 숙명 같은 것이고, 그 끝을 보호자들이 조금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그 뜻과 말을 전달해주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보다 나은 마무리를 해줄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하면서 같이 슬픔을 공유하기도 하고, 죽음 앞에 경건해지도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죽음에 대하여 환자와 보호자의 감사인사를 받기도 한다. 생사의 경계에 있다 보면, 죽음과 마무리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아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전공을 잘 못 선택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갈등을 맞이했다. 응급환자를 보고 처치하는 것이, 그리고 그 존엄한 죽음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의미 있고 맞는 적성이라 생각했는데, 삶의 색채가 짙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참고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의 극단선택으로 인해 같이 떠나버린 아기 대신 억울해하고 분노하기도 하였으며, 여러 차례 심장 리듬이 돌아왔다가 끝내 가버린 아이를 보내고 극심한 무기력감과 우울함에 시달리기도 했다. 환자를 떠나 보내고 나서 무엇을 조금만 더 했으면 소아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지 끊임없이 되뇌면서 한동안 멍하니 식음을 전폐하고 폐인처럼 있기도 했다. 동료 의료진들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으니 다들 비슷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떠나 보낸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또다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한다고 하였다.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흘러도 의료진에게 소아 환자들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떠나버린 아이들의 마지막은 좀처럼 지워지지도 크게 희미해지지도 않는다. 몇 년 전의 기억도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은 아직도 엊그제 일인 것처럼 또렷하고 가슴이 아프다.소아응급실에서는 보통 심폐소생술 유지하는 시간보다 두 세배 이상은 심폐소생술을 유지한다. 머리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지만 냉정하게 중단하고 사망선고를 할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만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소아환자 진료를 자신의 길로 선택할 때, 가장 큰 이유는 소아를 정말 좋아해서다. 병원에 내원한 아기들은 정말 예쁘다. 아기들의 똥기저귀 마저 더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아응급실의 의료진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살리고 싶고, 아이들이 치료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을 소망한다. 그것이 의료진들의 가장 큰 보람이다. 그렇기에 소아 환자의 마지막은 큰 고통이고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준다.개인적인 슬픔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넘어서서 소아환자들의 사망은 사회적인 파장 또한 크다. 누구라도 아이가 죽었다고 하면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아이가 사망한 것이 너무나 큰 슬픔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누군가의 책임을 찾기도 하고 그 화살이 안타깝게도 의료진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봐도 아이들은 기대여명이 길기 때문에 소송시에도 배상이 몹시 크다. 단, 한 명도 죽지 않으면 좋겠지만, 불의의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처럼 같은 질환도 아이들마다 다른 과정으로 진행하고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필사적으로 살리고자 노력하지만 의사는 신이 아니다. 모든 아이들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진들은 소아 환자들을 보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1분 1초에 해당하는 그때그때의 역할에 대하여 분석하기 시작하면 과연 법적인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그렇지가 못하다. 그렇다면 모든 환자를 살릴 수 없는 전제하에, 소아응급환자를 본다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굴레 안에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소아환자의 엄청난 배상액이나 구속되는 의료진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언제 그것이 소아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다. 이는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아응급실의 의료진의 무거운 부담감이며 새로운 의료진의 진입을 막은 큰 장벽이다. 생의 열정을 소아 응급환자를 보는데 쓰는 소아응급실 의료진들이 자리를 지키고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도록 보호해줄 수 있는 법적, 사회적 방안이 절실하다. 그러한 안전망 없이 이를 누군가에게 의무로 부과하여 진료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의료의 각 분야도 과에 따라서 적성이 매우 다르다. 수술방에서 손을 떨거나 환자의 죽음에 트라우마를 갖는 의사들에게 적성이 아닌 필수과를 무조건 강요하게 한다면 이는 환자의 건강에도 큰 해가 될 수 있다. 강요보다는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소아 진료를 보는 의료진들은 소아 환자를 보는 것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런 의료진들이 소아 응급실을 떠나지 않고, 또 소아 환자를 보고 싶어하는 많은 의료진들이 양성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우리의 미래와도 같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소아응급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님의 '삐뽀 삐뽀 소아응급 금쪽이' 연재칼럼 마지막 글 입니다. 
2023-09-11 05:00:00오피니언

나는 소아응급실 의사다

메디칼타임즈=박수현 분당차 소아응급센터 교수 주변 병원에서 소아응급실 근무 의사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소식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환자가 몰아 닥친다. 중증환자는 당연히 받아야 하고, 경증 환자 역시 몰린다. 하루 최소 100여명 이상의 소아응급실 환자를 보고 나면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는 '번아웃' 증상이 생긴다. 근무 후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근무 외에는 최대한 목소리를 아끼지만, 일이 반복되면 쉰 목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진료를 위해 건강에 득이 될 것이 없지만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약해서 임시방편으로 목소리를 나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아응급실 인력의 위기는 일부 병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최다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우리병원(분당차병원) 역시 학교 전임교원 발령을 받은 교수님이 사직서를 내셨다. 소아응급실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힘든 이 시기, 이 교수님의 사직은 전체의 분위기를 또 한번 암울하게 가라앉힌다. 나도 진지하게 사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같이 버티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해서 오늘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응급세부 전문의이다. 소아 응급은 의료계의 기피과 중의 기피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호도가 낮다. 응급의학과에서는 소아를 기피하고, 소아과에서는 응급을 꺼린다. 소아응급은 소아과에서 보는 질환부터 시작해서 소아과 과정에 크게 다루지 않는 외상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다. 또한 소아응급실에서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중증 급성기 질환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선천성 질환부터 시작해서 희귀한 질병, 외상 마저도 소아는 특이한 부분이 많아 따로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 소아는 연령과 몸무게에 따라 수액속도부터 약 용량까지 다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환아와 이토록 광범위한 질환을 보는 곳이니 진료가 쉽지만은 않다.소아응급실을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감정의 쓰레기통'이다.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의 불안과 걱정, 초조함은 응급실에서의 당연한 감정이다. 이에 덧대어 아이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사고나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의 진행 과정에서 부모나 보호자들이 스스로 자책을 하면서, 이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엉켜 의료진에게 이를 투사된다. 불안감과 적대감이 뒤엉킨 응급실의 공기는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의료진도 혹시라도 대부분의 경증 환자들 사이에 섞여 있을 중증환자를 찾기 위해 긴장도가 놓아져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감정들이 뒤섞여 응급실은 모두에게 괴로운 공간이 된다. 응급실에 있는 모든 이들이 긴장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데, 추가적으로 저 감정들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되면서 피로도는 계속 쌓여간다.여기서 오해를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응급실에 있는 의료진들은 아픈 이들의 '적'이 아니다. 아픈 환자들의 보호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신경 쓰고 걱정해주는 존재이다. 가끔 보호자들에게 설명할 때 "우리 의료진들은 진짜 완전히 같은 '편' 이에요"라는 표현을 쓴다.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타과에 연락할 때도 보호자와 같은 마음으로 누구보다 빨리 봐줬으면, 수술 빨리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함을 담는다. 전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보호자 대신 필사적으로 전원을 알아보고 부탁하고 또 부탁을 한다. 이전에 선천적 중증 질환으로 전원을 가야 하는 아이를 서울 경기권에 있는 모든 병원에 전화를 돌린 적이 있다. "제가 제 운을 모두 여기에 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전원 문의를 했어요."힘들게 전원 결정이 된 후 보호자에게 한 말이다. 보호자가 울면서 내 손을 잡고 다음에 꼭 자신의 운을 나누어 주리라 약속하셨다. 이처럼 부탁도 해보고, 사정도 해보고, 가끔 큰소리도 내 가면서 협진이나 전원 문의를 할 때의 내 모습은 영락없이 보호자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진료할 때도 오늘보다는 내일 괜찮아 지길 바라고, 약이 아이에게 잘 맞기를 바라고, 아이가 빨리 건강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것은 보호자 다음으로 분명 이 아이를 진료했던 응급실 의료진일 테다. 제발 병의 진행이 여기서 꺾이길, 더 이상의 합병증이 오지 않기를 그렇게 매순간 바라면서 우리는 진료를 한다.응급실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고 그들의 생과 사의 경계에 서서 좋은 죽음을 지켜 주기도, 존엄한 죽음을 지켜 보기도 했고, 때론 어떻게든 그 생명의 끈을 잡아보고자 고군분투한 적도 많으나, 소아 환자들의 죽음 앞에서는 단 한번도 의연할 수 있었던 적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적도 없다. 죽음이 예정된 암이나 희귀병 환아들마저도 그 아이들의 죽음은 너무도 비통하고 가슴 아프다. 아이들은 죽음을 선택한 적도 없으며, 대부분 그 죽음에 대한 예측이 불가하기에 의료진에게도 깊은 슬픔과 괴로움을 짙게 남긴다.맹세컨데, 단 한번도 이 아이들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으나, 아이들의 숨이 내 손을 벗어나 떠나버리게 되면 그 공허한 자리에 자책감이 남는다. 애초부터 최선이라는 말 자체가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것이기 때문에, '최선'에 포함된 부족함과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감은 소아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환아를 잃었을 때의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눈을 감고 자려고 하면 계속 떠오르고, 무엇을 했으면 좀 더 좋았을 까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 상황을 재생하고 또 재생하고... 개인적으로는 내 아이를 보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 어머니는 다음날 일어났을 때 아이가 없을텐데, 나는 내 아이를 보고 있는 것마저 죄책감이 들었다.의사들은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다. 먼저 환자를 직접 볼 것이냐, 아니면 환자를 보진 않지만 진단적인 영역에 들어갈 것이냐를 결정하는데, 나는 무조건 환자를 직접 보는 그리고 응급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흔히 말하는 메이저 바이탈 과를 선택했고 이에 대하여는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다. 그러나 소아응급실에서 일하면서 환아들을 떠나 보내고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처음으로 이런 나의 선택을 되돌려 생각해봤다. 환자를 잃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침식되어 있을 시간이 없다. 애도의 시간조차 충분히 가질 수가 없다. 누군가는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잃었을 텐데,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를 우선시해주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른다. 감정의 쓰레기통과도 같은 소아응급실, 그곳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의료진의 삶과 생각에 대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2023-06-05 05:10:00오피니언

"모든 책임은 의사에게…누가 소아 응급실 지키겠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응급실로 내원한 소아환자는 모두 입원시켜야 하나. 모든 책임을 진료한 의료진에게 씌우면 어떤 의료진이 소아 응급실을 지키겠나."보건복지부가 18일 일명 '서울 응급실 뺑뺑이' 사건 관련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과는 다르다고 발표하자 일선 응급실 의료진들의 반응이다.메디칼타임즈가 대학병원 및 아동병원 의료진을 취재한 결과 지난 어린이날 연휴에 발생한 소아환자 사건 경과를 지켜본 의료현장 의료진들은 다시한번 자괴감이 빠졌다고 하소연했다.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논란을 두고 일선 응급실 의료진들은 씁쓸함을 토로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이날 복지부는 서울시, 서울 소방재난본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이번 사건은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다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아니라고 밝혔다.복지부의 발표에도 여론은 여전히 모든 책임을 해당 병원 및 진료한 의료진이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차라리 그만두자"는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수도권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동료들과 '오늘도 면허를 걸고 일했다'고 얘기한다. 매일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게 아슬아슬하다"고 토로했다.그는 "지방에서 수도권까지 전원 문의가 온다. 오죽하면 여기까지 왔을까 싶어서 최대한 진료를 하려고 하는데 왜 진료거부 하느냐는 민원에 시달리면 너무 괴롭다"고 덧붙였다.A교수는 지난 2월 급성 충수염(맹장)진단 지연 후 사망한 소아환자 사건 관련해 주치의 책임이 50%라는 법원의 판결을 보며 심각하게 사직을 고민했다.의료현장에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하려고 하지만, 모든 책임을 의료진에게 부여하는 환경에선 사명감을 갖고 버티기 어렵다는 게 그의 얘기다.이는 응급실 의료진 일부의 생각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동병원 의료진은 "소아 응급환자는 모두 입원시켜야 하느냐"라며 "이런 식이면 어떤 의료진도 소아응급실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모든 소아응급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입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다면 버틸 수 있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의료사고 책임보험'에서 해답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최근 일련의 소아응급환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진 이탈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그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소아응급 의료진들 사이에선 필수의료 분야 진료를 안 하는 게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진료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서울에서 발생한 소아응급환자 사건만 해도 입원을 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는 애기가 있지만 이는 결과론적 얘기일 뿐"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응급실 내원하는 소아환자는 전원 입원시켜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2023-05-19 05:19:00병·의원

정부, 서울 소아 응급실 뺑뺑이 진상 파악 및 후속 조치 돌입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자료사진. 복지부는 5세 소아 환자 응급실 뻉뺑이 사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18일 밝혔다.서울에서 발생한 만 5세 소아 환자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보건당국도 진상 파악 후 후속 조치에 나섰다.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서울 소방재난본부,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해당 소아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언론 보도 등을 따르면 만 5세 소아 환자는 어린이날 연휴 열이나고 기침이 심해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보호자가 119에 신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병실이 없어 입원이 어렵다는 소리만 듣고 5개의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에 이르렀다.복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10시 16분, 만 5세 소아 A군에게 고열이 발생해 119에 신고가 들어왔고, 119구급대는 현장 출동 후 5곳의 응급실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약 한 시간 후인 밤 11시 6분, 다섯 번째 응급실에 도착해 진료 및 검사 등을 실시했음 증상이 나아져 다음날 새벽 1시 42분에 귀가했다. 다만, 7일 저녁 8시 31분 A군은 집에서 상태가 악화돼 119에 다시 신고가 들어왔고, 119 구급대 현장 출동 후 B병원을 즉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A군의 병원 도착 시간은 저녁 8시 46분이었다.복지부는 "현재까지 파악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추가 조사 필요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령 위반 사항 등이 발견되면 서울시,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3-05-18 11:56:27정책

"소아병동 마지막 환자 퇴원할 때 의료진 모두 울컥했다"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지난주 소아 병동 마지막 환자를 퇴원시킬 때 의료진 모두 울컥했습니다. 텅 빈 소아 병동을 바라보며 미안함과 함께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자괴감이 밀려오고 있습니다."길병원 소청과 손동우 과장은 소아 병동 운영 중단에 따른 착잡한 심정을 피력했다.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은 12일 전화인터뷰에서 소아 입원실 운영 잠정 중단에 따른 착잡한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앞서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역 의료기관에 발송한 협조공문을 통해 진료할 의료인력 부족으로 12월부터 내년 2월말까지 입원 병실 운영 중단을 전달하고 다른 병원으로 의뢰할 것을 주문했다.인천권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인 길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일까.현재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7명이다. 세부적으로 신생아 담당 3명과 소아청소년 담당 4명이다. 소아청소년 담담 4명 중 1명은 장기연수 중이고 1명은 12월말 정년을 앞두고 있다.신생아 담당 교수 3명은 신생아 중환자실 수가 운영 원칙에 따라 병동 근무가 불가하다. 소아 병동을 담당할 교수는 2명에 불과한 셈이다. 여기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전공의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현재 레지던트 5명 중 4명이 4년차로 전문의 고시 준비로 합숙에 들어가면서 2년차 1명만 남아 있다. 길병원 소아 병동은 23병상이다.교수 2명과 전공의 1명으로 병동 운영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손 과장은 "그동안 교수 4명과 전공의 5명이 병실 당직을 이어가며 입원환자 진료를 버텨왔다. 교수 1명은 장기연수, 다른 1명은 12월말 정년이다. 전공의 5명 중 4명이 전문의 고시 준비에 들어가 의사 3명으로 더 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교수들은 병동 당직과 다음날 외래 진료를 이어가면서 이미 번 아웃 상태였다"고 설명했다.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교수 3명은 외래와 별도로 주 2~3회 중환자실 당직을 지속하고 있다.입원치료 중단 선언 이후 마지막 소아 입원 환자는 지난주 금요일 퇴원했다.손 과장은 "병실에 남아 있던 소아 입원환자 1명이 지난주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강제로 퇴원시킨 것도 아닌데 의료진 모두 환자와 보호자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울컥했다. 교수들 모두 텅 빈 병실을 볼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울컥한 감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소청과 교수들 미안함과 자괴감…"필수의료 대책 젊은 의사들에게 비전 제시 못해"  그는 "소아 병동 유지를 위해 소아청소년과 임상교수 임용과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을 지속했으나 아무런 성과가 없다. 내년 3월 의사 이직이 활발한 시기에 채용을 기대하고 있지만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소아청소년과 특성을 반영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주문했다.그는 "소아청소년과 위기 상황은 비단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 응급실 절반 이상이 운영을 중단했다. 길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진료교수로 소아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수가개선을 토대로 외래를 운영하는 병원에 외래환자를,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환자를,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에 응급환자를 집중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손동우 과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은 소아암 등 중증질환에 집중되어 젊은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을 위한 실질적 인센티브 방안이 없다면 전공의들의 기피 현상과 입원환자 진료 축소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12-13 05:30:00병·의원

소청과 교수들 사직 행렬 "명예만으로 버티기 힘들다"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공의 지원율 추락 여파가 전임의와 임상교수의 사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추락 여파로 전임의와 임상교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10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수도권 A 대학병원은 지난해와 올해 소아청소년과 교수 16명 중 10명이 사직해 소아 진료체계 비상이 걸렸다.A 대학병원은 수시 채용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공백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나 교수 충원은 답보 상태이다.이 같은 상황은 다른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다.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임의와 임상교수 등 30~40대 의사 6명이 사표를 내고 의료플랫폼 업체와 바이오제약업체, 중소병원 등으로 이직했다.교수라는 명예만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절규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업체로 이직한 교수 출신 전문의는 "A 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수직 명예와 권위는 옛 얘기로 밤샘과 진료, 연구, 교육을 지속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워라벨은 고사하고 몸과 정신을 더 이상 소진시키고 싶지 않다. 선배 교수들은 좀 더 기다려보자고 만류했지만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비전과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전공의 지원율 20%대 추락, 전임의·교수 업무 가중…당직과 쪽잠, 진료 '반복'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101%에서 2020년 78.5%, 2021년 38.2%, 2022년 28.1%로 추락을 거듭했다. 여기에 올해 지원자 10%는 중도 수련을 포기했다.전공의 부재는 전임의에서 임상교수로 업무가 이월됐다.병동과 응급실, 신생아 중환자실 당직이 일상화되면서 주니어 교수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됐다.그렇다고 교수들의 외래 진료와 연구, 교육 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당직 수당을 제외하고 급여도 기존과 동일하다.소청과 교수들 대량 사직은 소아 응급실과 중환자실 인력공백으로 소아 진료 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밤샘 당직을 하고 쪽잠 후 외래환자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지방 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사직은 지방대병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전공의 부재로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당직이 한 달에 3~4일에서 7~8일로 늘어나고 있다. 당직 후 진료와 연구, 교육을 이어가는 것이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했다.교수들 빈자리는 소아환자 진료 공백으로 이어졌다.전국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수련병원의 50%에 그친 상황이다.■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소청과 '경고음'…지방대병원 "교수들 한계에 직면"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난 9월부터 교수들의 업무 피로도를 감안해 소아 응급실을 오후 11시까지 단축 운영 중이다.신생아중환자실(NICU)은 전담전문의 수가 개선 이후 당직 의사 채용 등으로 힘겹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은 "연이은 당직과 진료 등으로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사직이 심각 수준을 넘어섰다. 전공의 지원율 추락으로 이미 예견된 결과"라면서 "이대로 가면 전공의를 수련시킬 지도전문의조차 찾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강화 방안은 응급과 중증질환 중심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젊은 의사와 교수들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며 "학회에서 제안한 별도 인센티브와 제도개선 등 소청과 회생방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교수들이 떠나간 여파는 전공의 수련과 환자들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한편, 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 교수들 사직 증가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주요 진료과 의사 종사자 실태조사와 함께 개선방안 연구에 돌입했다.  
2022-11-11 05:33:00병·의원
초점

코로나 확진 소아·산모 병실 부족해 구급차서 무한 대기 속출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사례1. 최근 부산에서 임신 3주차 산모가 고열과 혈압 저하로 119에 신고했지만 격리실이 비어있는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서 1시간 대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한 병원이 곧바로 기존 격리실에 있던 환자를 옮겨 진료할 수 있었고 해당 산모는 수액을 맞은 뒤 퇴원했다.#사례2. 서울에선 한 여성이 자녀가 발열과 두드러기를 일으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어 의약품 처방 외에 별다른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 여성은 다음날 오전까지 아이를 돌보다가 주변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기 위해 충분한 병상을 확보했다는 정부발표와 달리 응급현장에서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날 기준 7457개의 코로나19 전담병상을 확보했으며 49.8%로 절반 수준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응급실 의사들은 병상이 없어 환자가 수 시간 대기하는 일이 계속되고 반박하고 있다.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 실태를 공개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밤새 응급실에 확진자인데 받아줄 수 있냐는 전화가 온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를 받는 경우는 10건에 1건 정도다"라며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짧으면 2~3시간, 길면 5~6시간 응급실 앞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이어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대응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대응여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잘되고 있는지 현장 입장에선 공감이 안 된다"며 "중증환자에게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게 과학방역인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응급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큰 이유는 코로나19"라고 지적했다.■확진자 느는데…부족한 진료 가능 소아 응급실기피과 문제로 인프라 붕괴가 심화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가 바라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0~9세 소아 확진자와 10~19세 청소년 확진자는 연령별 비중에서 각각 11.3%, 12.8%를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은데 소청과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이 적은 상황이다.실제 메디칼타임즈가 주요 수련병원 24곳을 대상으로 '2022년도 후반기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을 취재한 결과 서울아산병원 한 곳에만 한 명의 소청과 전공의가 지원했다.일반적인 소아 발열환자는 소청과 개원가에서 대응할 수 있지만 동선분리가 필요한 소아 확진자는 모두 응급실로 몰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줄 응급실이 없다는 게 현장 우려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부터 수도권 고위험군 환자 치료를 위한 당직 병원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확진자 급증으로 아동병원들은 3차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을 위한 병상 배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이에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방역당국에 관련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우리아이들병원 정성관 이사장은 중증 소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장 상황을 전하며 올 겨울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정 이사장은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소아응급실 자체가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3차 의료기관에서 처치가 필요한 소아환자를 전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중증 소아 확진자가 오미크론, 델타 때보다 늘어났는데 추워지면 환자가 더욱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어 "이번에 호주에서 독감환자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독감이 유행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우려가 크다"며 "주말 당직 병원제 역시 3개 병원에 6병상이 마련된 실정인데 과연 환자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 지금처럼 외래로 진료하는 방식은 경증이면 모를까 중증 환자 대응엔 적합하지 않다 지금부터 실효성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병상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분만 민간 의존도 높은데…난항 겪는 병상 확보일손이 부족하기는 산부인과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병원이라고 해도 당직을 교수가 맡는 실정이어서 분만 등 응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진 산모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만을 민간 의료기관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확진 산모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현재 정부는 지역별로 수도권 70개, 강원권 9개, 충청권 24개, 호남권 99개, 경북권 19개, 경남권 127개, 제주권 7개 등 총 355개의 전담 분만 병상을 확보했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있는 것에선 우려가 나온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부회장은 감염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산부인과 특성상 민간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이 부회장은 "산모는 코로나19를 조심할 수밖에 없어 최대한 확진자를 피하려고 한다. 이는 병원에서 확진 산모를 받는다면 정말 확진 산모만 진료해야 한다는 뜻이다"며 "정부가 수가 인상 등 유인책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참여율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대유행 당시 확진 산모를 받았던 병원이 5~6월 완화세 때 소외 받았던 일도 있다"고 말했다.이어 "직원들 설득 문제도 있고 민간 분만병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참여한다는 것은 큰 희생이다. 한 번 체계를 전환하면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며 "확진 산모를 전담할 분만병원을 더 늘리려면 행정 등에서 지원을 늘리고 재유행 이후 대책을 함께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제발 좀 들어달라"…문제해결 위한 논의체 촉구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했다. 현장 전문가들이 관련 문제를 지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119지역상황실과 지역전원조정 상황실이 중중응급환자 이송·배치업무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응급의학의사회 김윤성 학술이사는 "정부의 여력이 있다는 말이 가장 답답하다. 현장에선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겠다는 말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디에 여력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 응급의료체계는 시설·인력·장비 면에서 감염병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3년 가까이 명확한 대책이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08-27 05:30:00병·의원

소청과 추락 거센 후폭풍…소아 응급실 절반 이상 '중단'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추락이 아동병원과 소아 응급실 등 필수의료 악화로 귀결되고 있어 주목된다.윤 정부 출범 한 달이 훌쩍 지난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논의조차 시작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수가개선 약속이 허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21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96곳 중 24시간 소아 전담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소창과 수련병원 중 소아 응급실 운영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절반이 넘는 병원의 소아 응급실 중단은 전문의 배출 변화와 직결된다.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까지 100%를 상회하다 2020년 78.5% 그리고 2021년 38.2%, 2022년 27.9%라는 최악의 결과를 보였다.전공의 급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감소로 이어져 응급실에서 24시간 소아를 진료할 의사 공백 사태가 이어진 셈이다.더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미온적 태도이다.윤 정부 출범 이후 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제도와 수가개선을 중소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단체 행사에서 수차례 언급했다.하지만 장관 임명 지연과 국·과장 인사로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협의체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오죽하면 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가 회원병원 매출의 80% 감소 등 소아 진료 붕괴를 우려하며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정책과 신설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전달했을까.■신생아 수가개선 후 답보…학회 "필수의료 소청과 악화 방관할 것인가"소아청소년과학회(이사장 김지홍)는 복지부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지만 신생아실 수가개선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다.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추락은 소아 진료체계에 심각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정권이 바뀌었다, 국·과장 인사가 났다고 복지부와 만남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소청과 수련병원 중 절반 이상이 의사가 없어 사실상 소아 응급실을 폐쇄하는 상황을 관망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별도 지정기준 마련과 의원급을 위한 대폭적인 수가개선이 시급하다. 소아 환자 수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가를 포함한 제도개선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수도권 병원장은 "소아 1명 진료와 검사 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2~3명이 투입된다. 성인과 동일한 수가 체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과 병원 모두 미래가 어둡다"며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허언인가"라고 지적했다.복지부는 장관 임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김지홍 이사장은 "복지부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개선을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소아청소년과 관련 진료체계는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오는 9월이나 되어야 협의체 구성과 논의가 가능하다는 복지부를 믿고 기다리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2022-06-23 05:30:00병·의원

원인 알 수 없던 장중첩증 코로나가 비밀 밝혀주나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코로나 대유행으로 개인 위생이 강화되며 바이러스 질환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장 질환인 장중첩증도 발생률이 대폭 감소하면서 이에 대한 배경을 두고 학계가 들썩이고 있다.장중첩증의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원인이 밝혀진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결과들을 볼때 장중첩증도 결국 바이러스 감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해지는 이유다.코로나 대유행 전후 주요 질환의 발생률 비교오는 28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이후 장중첩증 발병률 변화에 대한 장기간의 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될 예정이다.장중첩증은 천공과 복막염 등으로 이어져 심하면 사망까지 이르는 장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 미지의 질환이다.지금까지 해부학적으로 다양한 분석과 가설이 제시됐지만 뚜렷한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 다만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J Infect Dis 2020;221(9):1499–1505) 등이 일부 제시됐을 뿐이다.가톨릭 의과대학 정대철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7개 병원 연구진이 코로나 대유행 시점에 이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것도 이와 연장선 상에 있다.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이 대폭 강화되면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장중첩증 또한 이에 대입한다면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셈이다.이에 따라 연구진은 2017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국내 7개 병원 소아 응급실에 내원해 장중첩증으로 진단받은 39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후의 변화를 비교, 대조하기 시작했다.그 결과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후 한달에 장중첩증으로 내원하는 환자 수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한달에 평균 9명이 장중첩증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3.5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기 때문이다(P<0.001).이는 비단 장중첩증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른 요인들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질환들을 추가로 분석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실제로 코로나 대유행 전후 아나필락시스(P=0.547) 환자의 증감폭도 없었으며 실신(P=0.493) 환자 또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코로나 전후 장중첩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 비교다만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성 감염병의 경우 크게 감소하는 경향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호흡기 바이러스의 경우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한달간 평균 7979명이 진단을 받았지만 대유행 이후에는 815명으로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엔테로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이전 한달에 262명에 달하던 환자가 코로나 이후에는 6.6명으로 4분의 1로 감소했다.주목할 점은 다른 바이러스성 장 질환도 상황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성 장염 환자가 코로나 이전 한달 916.2명에서 이후 197.8명으로 대폭 줄어든 것.결국 이러한 다양한 질환의 추이를 비교, 대조해 보면 장중첩증이 바이러스성 장염과 매우 유사한 추세를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아나필락시스나 실신 등 다른 응급 질환들은 그 어떤 것도 발생률이 줄지 않았는데 바이러스성 질환인 바이러스 장염과 장중첩증이 함께 감소한 것은 의미있는 결과라는 설명이다.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감염 관리 조치가 장중첩증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최초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른 모든 응급 질환은 감소하지 않은 가운데 장중첩증 환자만이 유일하게 줄어든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이어 "지금까지 장중첩증은 감염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이 장중첩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통해 바리어스 감염의 역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2022-02-22 05:30:00학술

응급 소아환자 분류 기준 의료진 경험 따라 차이 커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응급실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중증도 분류 과정에서 단순 활력징후만 반영하도록 하는 현재 가이드라인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아 환자는 아프다는 특수 환경에서 울음 등의 이유로 호흡수, 심박수 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데, 의료진의 경험 정도에 따라 활력징후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응급환자 분류(triage)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아 환자의 호흡수, 심박수 같은 활력징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분류 단계(level)를 올려야한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이봉진 교수팀은 2016년 1~12월 응급실을 찾은 15세 이하 소아환자 138만557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했다.(doi.org/10.3346/jkms.2020.35.e102) 눈길을 끄는 점은 소아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는 주체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중증도 분류를 위한 주요 지표인 활력징후(호흡수, 심박수) 측정 후 판단 과정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기보다는 병원의 정책과 상황 등의 비의료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결과를 보면 소아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낮게 판단할 확률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50.5%로 가장 높았고 응급구조사 47.7%,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44.9%, 간호사 44.2% 순으로 나타났다.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아 활력징후 측정 시점에 따라 중증도 구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지던트일수록 활력징후를 측정한 바로 그때 수치를 중증도에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과장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해 중증도를 낮게 평가하는 경항이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응급센터가 권역응급센터 보다 중증도를 낮게 평가할 확률이 1.13배 더 높았다. 권역응급센터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레지던트가 중증도를 낮게 평가할 확률은 56.8%로 특히 높았다. 반면 지역응급센터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 중증도를 낮게 평가할 확률은 43.2%에 그쳤다. 소아 응급환자 분류 주체(왼쪽), 응급센터 종류(오른쪽)에 따라 중증도를 낮게 판단할 확률에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을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찾았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는 전문의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에 따라 중증 환자를 치료하면 수익이 더 크다"라며 "일부 병원은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아닌 비의료적 요인이 중증도 분류에서 작용하는 것은 환자 분류 체계의 정확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며 "아무리 환자분류 체계를 잘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환자 분류 주체자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내놓은 대안은 소아 응급 환자 분류 기준을 보다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연구진은 "심박수와 맥박수가 연령별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에 따라 중증도가 증가한다거나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소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불안과 과민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활력징후 수치와 중증도 판단 주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발열도 심박수와 호흡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증도 분류 기준에 반영할 수 있겠다"라면서도 "심박수나 호흡수가 중증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지는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04-28 05:45:56학술

"소아응급센터, 취지·명분 다 좋은데 정작 현실성 없네"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제도 취지나 명분은 찬성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7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주최로 열린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제도화하는 것은 좋지만 의료인력, 시설, 수가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얼마 전 복지부하 입법예고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과 관련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토론자들은 현재 정부가 입법예고한 기준이 높아 제도 자체가 정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앞서 복지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소아응급환자를 위해 최소 3병상 이상을 확보하고 소아응급전용 중환자실은 전담 간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또 소아 응급실 전담 인력은 전문의 2명 이상을 포함한 소아응급환자 전담의 4인 이상(레지던트 3년차 이상)을 둬야하며 소아응급환자 전담간호사 10인 이상을 확보해야한다. 게다가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환자 수가 1만 5천명을 초과한 경우에는 1만명 당 소아응급환자 전담 전문의를 한명씩 추가로 배치해야하며 간호사는 환자 5천명 당 전담 간호사 3명을 추가로 둬야한다. 이에 대해 소아과학회 김호성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는 "제도의 방향이나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서 "빅5병원도 맞추기 힘든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방 병원의 경우 의료진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고 최근 전공의 정원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레지던트 3년차 이상 의료진을 배치할 수 있는 병원은 더욱 더 없다"고 했다. 장비 및 시설은 초기에 투자하면 그만이지만 계속해서 인건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인력적인 부분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영서 어린이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나름 소아응급실 시스템을 갖췄다고 생각함에도 불구,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간호사들이 소아응급 분야 기피하는 데 기준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중환자실을 100% 가동해도 한 베드당 1억7000만원 적자인데 적어도 3베드를 소아응급환자를 위해 비워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아전용응급실협의회 류정민 회장은 "지방에 있는 소아응급센터는 이미 힘든 상태다. 규모가 작은 병원에는 의료진을 구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환자는 더 감소하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운영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서민수 사무관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더 높은 수가를 지급하려면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차별화 되는 조건이 있어야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건정심 위원을 설득하고 제도화하는데 어려움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듣고 검토하도록 하겠다"면서 "건정심을 통과하면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지원책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교육이사는 소아전용응급의료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소아응급환자는 성인과는 달리 '중증질환'이 아닌 '고위험군'을 기준으로 환자군을 구분해 진료해야 한다"면서 "소아환자만의 별도 환자 분류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응급환자 중 소아응급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에 달하고 그들의 특성이 다른 만큼 이들만을 위한 치료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각 병원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구비하는 경우 가산점을 지급하고 법적기준을 확보한 의료기관에 대해선 수가 차등화 등을 통해 지원해주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5-02-28 06:03:06병·의원

"소아응급실 공보의 투입하자니…땜질용 취급하나"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최근 대한소아과학회 김동수 이사장이 응당법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중보건의사를 지역거점 응급기관에 투입하자는 주장을 하자 공보의들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 공보의도 매년 20~30명에 불과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 응당법 시행에 따른 인력 부족을 공보의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공보의 커뮤니티에서는 소아 응급실에 공보의를 투입하자는 소아과학회 이사장의 주장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광주에 근무하는 모 공보의는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백을 메꾸자는 취지에서 공보의제도를 만들었지만 지금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소아과학회가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모가 어느 정도 갖춰진 병원이 당직 인력 부족을 핑계로 공보의 인력을 끌어다 쓰겠다는 생각은 공보의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그저 값싼 인력을 데려다 쓰겠다는 주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공보의 역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공보의를 거점병원에 투입하자는 논리는 그저 응당법에 따른 인력 부족 현상을 공보의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20~30명에 불과한 소아과 공보의들을 전국에 배치하면 각 병원에 겨우 1~2명이 근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공보의는 1년 내내 2~3일 간격으로 당직을 서거나 근처에서 온콜 대기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보의는 배치 근무지의 병원장 지시에 따라 추가 근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어 열악한 환경에 배치되면 당직 인력부족을 그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응당법 자체가 잘못된 제도인데 이를 바로잡지 않고 값싼 인력으로 메꾸자는 건 공보의 취지를 부정하는 미봉책"이라면서 "소아과 공보의가 응급실에 투입되면 결국 내과나 정형외과 등도 투입될 수 있어 반발 목소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2013-02-22 06:46:38병·의원

"소아 응급실에 공보의 투입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공중보건의사를 지역 거점 응급기관에 투입한다면 응당법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대한소아과학회 신임 이사장에 취임한 김동수 이사장(연세의대)은 소아과의 현안으로 응당법을 제일 먼저 꼽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보의 투입을 건의했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응당법보다는 공보의를 지역 거점병원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상황에서 응당법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빅5병원 밖에 없다"며 "특히 소아과는 전문의 배출 인력이 계속해서 줄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응급실 문제는 소아과에 대한 수가 인상 등을 통해 소아 응급의학 전문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해결될 문제"라며 "당장 이를 의무화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따라 그는 단기간에 응급의료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응당법보다는 공보의 투입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김동수 이사장은 "1년에 30명 정도라도 보건지소에 투입되는 공보의를 지역 거점 응급의료기관에 배치하면 3년이면 100여명의 공보의가 현장에 투입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대학병원에서도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이 아니면 교수급 전문의보다는 전공의들이 대처 능력이 빠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장기적으로 소아과에 대한 적정 수가 보존 등을 통해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소아과는 다른 전문과목과 달리 처치료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또한 진찰에도 성인 환자 진료보다 2배의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초·재진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가 나라의 기둥이라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소아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소아과학회도 대국민 캠페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와 호흡하며 전문가 단체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2013-02-20 06:24:23병·의원

임채민 장관이 찍은 '낙제점 정책'이 응급의료?

메디칼타임즈=안창욱 기자임채민 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이에 따라 임 장관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낙제점 정책'이 응급의료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서울대병원 정희원 원장, 노정일 소아진료부원장, 임채민 장관 임채민 신임 복지부장관이 21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특이한 점은 임 장관이 서울대병원의 응급의료센터와 어린이병원과 관련한 현황만 보고 받았다는 점이다. 임 장관은 현황보고를 받은 뒤 곧바로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성인, 소아 응급실을 둘러봤다. 이어 어린이병원로 발길을 돌려 신생아중환자실(NICU)과 항암병동을 차례로 방문했다. 임 장관은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롤 모델로 삼아 응급의료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현장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임 장관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왜 낮은지, 전문의 수급이 왜 어려운지 등을 현장에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장관이 취임후 첫 의료기관 방문 일정으로 응급의료센터와 어린이병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응급의료시스템 개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임 장관은 최근 취임식에서 "장관이 바뀌었다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분야에서 상호연계가 부족하거나 스스로 볼 때도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분야와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임 장관은 "겉치레하는 분야와 이해 관계자에게 50점 이하 낙제점을 받은 정책이 있다면 추려서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 장관이 언급한 '낙제점 정책' 중 하나가 응급의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1-09-22 06:47:35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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